항목 ID | GC09101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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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出産 儀禮 |
영어공식명칭 | Birth Rites |
이칭/별칭 | 출생 의례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경상북도 상주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임기원 |
[정의]
경상북도 상주시에서 아이의 출산과 산모의 건강을 위하여 행하는 통과 의례.
[개설]
상주시에서 이루어지는 출산 의례는 산모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여 아이를 사회의 구성원으로 건강하게 길러 내는 과정에서 행하는 통과 의례이다. 출산 의례는 기자 의례, 산전 의례, 출산 의례, 산후 의례 등 출산과 관련된 각종 의례를 모두 포함하는 말이며, 출생 의례라고도 한다.
[기자 의례]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이 아이를 갖고자 치성을 드리는 것을 기자 의례라고 한다. 상주 지역의 전통 사회에서는 집안의 대를 잇고 노동력을 제공하거나 출세를 할 수 있는 남자아이를 선호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기자 의례는 곧 아들을 갖고자 하는 노력이기도 하였다. 상주 지역에서 행하던 기자 의례로는 영험하다고 여겨지는 자연물이나 삼신에게 비손을 하거나 절에 불공을 드리는 등 초자연적·신적인 대상에게 아들을 점지하여 주기를 염원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아들을 많이 낳은 여성의 속옷을 훔쳐 입거나 도끼를 허리춤에 차기도 하였다.
[산전 의례]
산모가 아이를 가지면 산모 본인이나 주변의 가족이 태몽을 꾸는데, 태몽의 내용이 아이의 성별이나 장래와 관련이 있다고 여겼다. 상주 지역에서는 꿈에 큰 짐승이 나오거나 짐승이 물면 남자아이를 낳고, 꽃이나 나물, 뱀, 작은 짐승 등이 나오면 여자아이를 낳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아이의 성별은 산모의 몸을 보고 구별하기도 하는데, 산모의 배가 앞으로 튀어 나오면 딸이고, 배 둘레가 넓고 평평한 모습을 하면 아들이라고 하였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의학이 발달하기 전에 아이의 성별을 예측하는 방법으로 흔히 사용되었다.
산모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면 산모뿐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도 행동을 조심하였다. 산모는 특히 먹고 행동하는 것에서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금기를 지켜야 하였다. 먼저 행동에서는 놀라거나 격한 신체 활동을 피하고, 옆으로 눕지 않아야 하며 험한 것을 보지 않도록 하였다. 음식과 관련하여서는 오리를 먹으면 아이의 손이나 발이 붙어 나온다고 하거나, 닭을 먹으면 아이의 피부가 닭살처럼 된다는 등의 속신이 있어 특정 음식을 피하였다.
[출산]
산모가 있는 집에서는 아이가 태어나기 2달 전에 해산 준비를 하는데, 집의 안방이나 산모가 기거하는 방을 아이 낳을 산실로 꾸몄다. 과거에는 한 집에 산모가 여러 명이면 한 집에서 출산하는 것을 피하여, 집안의 맏며느리는 안방에서 출산하고, 다른 산모는 친정에서 출산을 하였다. 친정에서 출산할 경우, 산모가 시집을 오기 전에 쓰던 방을 산실로 쎴다. 산실에는 아이를 점지하고 순산을 돕는 삼신을 위하여 삼신상을 차렸다. 산실이 정하여지면 시댁이나 친정의 손위 여성 중 출산 경험이 있는 이가 산모의 해산을 돕는 산파 역파을 맡았다. 출산이 임박하면 산파는 출산에 필요한 가위, 실, 걸레, 짚, 뜨거운 물을 담은 대야 등을 준비하며 산모의 출산을 도왔다.
아이가 태어나면 탯줄을 자르는데, 이를 “삼 가른다”라고 하였다. 태반에 연결된 탯줄은 실로 동여매고 나서 가위로 잘랐다. 잘라낸 탯줄과 태반은 아궁이에서 태운 다음에 재는 물에 담아서 버렸다.
[산후 의례]
아이가 태어난 집에서는 사립문에 왼새끼로 꼰 금줄을 걸었다. 금줄에는 아이의 성별에 따라 남자아이면 고추와 숯을 걸고 여자아이면 솔가지와 숯을 걸었다. 성별과 관계없이 한지를 끼우기도 하였다. 금줄은 보통 삼칠일[21일]을 걸고 길게는 칠칠일[49일] 동안 걸기도 하였다. 아이가 태어나 금줄을 친 집에는 상을 당한 사람이나 외간 사람은 출입할 수 없었고, 가족들도 부정한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였다.
해산을 하고 기력이 떨어진 산모에게는 삼신상에 올라갔던 미역으로 국을 끓여서 먹였다. 산후에 처음으로 먹는 미역국을 ‘첫국밥’이라 하는데, 고기를 넣으면 부정이 탄다 하여 미역과 소금, 간장 정도만 넣었다. 산모는 미역국을 먹으면서 몸조리를 하는데, 집안 형편에 따라서 짧게는 3일부터 3달까지 쉬었다. 몸조리 기간에 산모는 찬 것을 멀리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였다.
태어난 아이에게는 배냇저고리를 입히고, 아이가 무탈하게 자랄 수 있도록 태어난 후 일주일마다 삼칠일 동안 삼신에게 비손을 하며 정성을 들였다. 아이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되면 백일상을 차려 간단하게 잔치를 하고, 1년이 지나면 돌잔치를 하는데, 이런 잔치들은 현재도 비교적 잘 지켜지는 풍속이다. 돌상에는 백찜[백설기], 수수떡 등을 올리고 붓, 책, 돈, 쌀, 실타래 등의 기물을 올린다. 이러한 기물은 재복, 공부, 장수 등을 상징하는데 돌을 맞은 아이가 물건을 잡으면 해당하는 복을 누린다고 여긴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상주 지역에서는 산모가 아이를 낳고 후산한 후 태와 태반은 땅에 묻거나 바로 물에 띄우지 않고, 부엌 아궁이에 태운 다음에 남은 재를 처리한다. 재는 바가지나 대야에 담아 물에 띄우거나 자연히 없어지도록 한다.
[변천과 현황]
상주 지역의 출산 의례는 전통적으로 가정 내에서 이루어졌고, 산모와 아이의 무사를 염원하는 금기와 믿음이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그러나 의료 시설의 발달,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주거 공간의 변화, 여성의 소득 수준 및 학력 증대, 사회 진출 확대 등 사회적·문화적 변화에 따라 출산 의례의 전통은 변형하고 확장되고 있다. 의료의 발전에 따라 산부인과에서 출산하는 것이 일반화되었고 이에 따라 출산과 관련된 속신과 금기 또한 꽤 많이 소멸되었다. 한편으로, 2000년대 이후에는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산후조리원이 생겨나, 한국 사회의 출산 문화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