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룡과 적렵마」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9101374
이칭/별칭 「정기룡 장군과 적렵마」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유형 작품/설화
지역 경상북도 상주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곽현희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수록|간행 시기/일시 2007년 12월 1일 - 「정기룡과 적렵마」 상주문화원에서 간행한 『상주 이야기』 1권에 「정기룡 장군과 적렵마」라는 제목으로 수록
수록|간행 시기/일시 2010년 11월 30일 - 「정기룡과 적렵마」 상주시에서 간행한 『상주시사』 4권에 수록
관련 지명 상주시 - 경상북도 상주시
성격 유래담|인물담
주요 등장 인물 정기룡|선조|권모|정기룡의 아내|적렵마|조경
모티프 유형 정기룡 장군|명마를 알아보는 재치

[정의]

경상북도 상주시에 전하여 내려오는 정기룡과 적렵마에 관한 이야기.

[개설]

「정기룡과 적렵마」는 조선의 무신 정기룡(鄭起龍)[1562~1622]이 ‘적렵마(赤鬣馬)’라는 군마를 얻게 된 유래가 담긴 이야기이다. 정기룡이 현명한 아내의 도움으로 적렵마를 얻어 전장에서 큰 공을 세웠다는 내용이다.

[채록/수집 상황]

「정기룡과 적렵마」는 2007년 12월 1일 상주문화원에서 간행한 『상주 이야기』 1권에 「정기룡 장군과 적렵마」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 2010년 11월 30일 상주시에서 간행한 『상주시사』 4권에도 수록되어 있다.

[내용]

정기룡은 어려서부터 소 한 마리를 먹었고, 기운과 위엄이 넘쳐 다른 아이들이 감히 명령을 어기지 못하였다. 놀이할 때도 비범하였고, 천성이 곧고 맑아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자기 일처럼 도와주었다. 일찍이 정기룡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진주에서 절도관(節度管) 군관으로 있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정기룡이 관아에서 낮잠을 자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절도사가 불러 까닭을 물은즉 정기룡이 대답하였다. “대장부가 세상에 나와서 위로는 등단하여 부월(斧鉞)[장수에게 주던 큰 도끼와 작은 도끼]을 잡고 한장군(漢將軍)의 깃발을 꽂지 못하고, 밑으로는 명마를 달려 칼을 휘어잡고 용맹을 발휘하지 못하여 답답한 고로, 자던 중 꿈결에서라도 소리를 질러 기운을 편 것을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절도사가 정기룡의 말을 듣고 장하게 여겼으며, 속으로 언젠가 크게 쓸 재목이라고 늘 생각하였다.

정기룡이 일이 있어 전주에 갔을 때였다. 이웃 사람이 전주 향감(鄕監) 권모(權某)와 서로 혼인한 사이라 가는 편에 심부름을 부탁하였다. 정기룡이 편지를 지니고 권모의 집에 도착하니 집이 아주 부자여서 담장이 우람하고, 창고에 재물이 가득하였다. 권모에게는 딸 하나가 있었는데, 재주와 슬기가 뛰어나고 얼굴이 예뻐 부모가 사랑하기를 장중의 구슬 어르듯 하였다. 권모의 딸이 차츰 자라 시집갈 나이가 되었다. 부모가 신랑 구할 것을 의논하자 딸이 나서서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여자가 우러러 한평생을 맡길 사람은 유일하게 어진 사람이어야 하는데, 만약에 짝이 되지 않을 사람을 만나면 평생을 그르치니 실로 큰일이 아니옵니까? 응당 하늘이 정하여 준 배필을 구하고자 하오니 행여라도 번거로운 말씀은 마시옵소서.” 부모도 딸의 곧은 마음을 꺾을 수가 없었다.

하루는 부모가 일가의 대상(大祥)에 가고 딸 혼자 집을 지키고 있는데, 문을 두드리는 손님이 있었다. 계집종을 시켜 어디서 온 손님인지 물으니, “진주에서 왔습니다. 편지를 요긴히 드릴 게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딸이 손님의 음성을 듣고 속으로 이상하게 여겨 문틈으로 훔쳐보니 풍채 좋은 장부가 서 있었다. 바로 정기룡이었다. 비록 입은 옷은 남루하였지만 기골이 장대한 것이 과연 딸이 평소에 원하던 신랑감이었다. 딸은 계집종을 불러 의논하고 술과 밥으로 정기룡을 대접하였다. 얼마 후에 어머니가 먼저 귀가하여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데 내실 근처에 앉았는지 물었다. 딸이 “오늘에야 백년가약을 맺을 사람을 다행히 만났습니다” 하고 말하니, 모친이 정기룡의 비루한 행색을 보고 화내며 딸을 나무랐다.

얼마 후에 권모가 돌아와 아내의 말을 듣고 노하여 딸을 꾸짖었다. 그러자 딸은 권모에게 정기룡을 먼저 살핀 뒤에 꾸짖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하였다. 권모가 딸의 말을 듣고 외당에 나아가 정기룡을 불렀다. 살펴보니 정기룡이 비록 망한 집안에서 곤란을 당하고는 있지만, 풍채가 뛰어나고 말이 격렬한 것이 진실로 남자였다. 정기룡이 마음에 든 권모가 정기룡에게 자신의 딸과 결혼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하였다. 그러자 정기룡은 돌아가 어머니에게 알린 후 결정하겠다고 말하였다. 권모가 수긍하며 자기 집에 있는 말 한 필을 정기룡에게 권하였다. 붉은 말갈기와 털을 지닌 말이었다. 권모가 정기룡에게 말하였다. “일찍이 장사꾼이 말라빠진 말 한 마리를 몰고 지나가는 것을 우리 집 여식이 보고 꼭 쓰일 데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사기를 권하여 산 것이다. 말이 몸은 비록 크게 말랐으나 골격이 뛰어났고, 여식이 잘 거두어 이제는 아주 윤기 나는 말이 되었네. 또 심히 성질이 사나워서 사람을 보면 입을 벌리고 발굽을 치들어 마치 달아날 듯이 한 탓에 늘 먹이를 줄 때도 꼴을 던져 주고는 하였네. 자네가 능히 저 말을 다룰 수 있겠는가?”

권모의 말에 정기룡이 “어찌 남자의 몸이 되어 말 한 필을 못 다루겠습니까?” 하고 마구(馬廐)로 가 말 앞에 섰다. 그러자 말이 앞발을 치들고 사납게 울부짖었다. 정기룡이 뺨을 치며 꾸짖자 말이 그제야 머리를 수그렸다. 이후로 말이 아주 순해지자 딸이 “이 말이 사람을 볼 줄 아는구나” 하고 기뻐하였다. 정기룡이 말을 타고 진주로 돌아와 어머니를 뵙고 장가갈 것을 고하였고, 다시 전주에 돌아와 성례를 마쳤다. 혼인 후 정기룡과 아내는 정기룡의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정기룡의 아내는 권모에게 받은 돈으로 쇠붙이를 샀는데, 솥, 종, 호미, 가래 등 장만하지 않은 것이 없어 집안사람들이 다 기이하게 여겼다. 정기룡이 아내를 데리고 고향에 왔을 때 집안은 단지 네 벽뿐이었다. 아내는 살림을 꾸려 생활을 안정되게 한 후, 반드시 쓰일 때가 있을 것이라며 철물로 많은 병기를 만들어 쌓아 두었다.

임진년(壬辰年)에 왜구가 대거 침입하여 오자 정기룡이 의병을 모아 근왕병(勤王兵)으로 나서고자 하나 늙은 어머니와 몸이 약한 아내가 있음을 근심하였다. 그러자 아내가 피난처는 이미 골라 두었으며, 응당 부지런히 시부모를 모실 터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남편을 안심시켰다. 그길로 곧장 정기룡이 병기를 차고 준마를 타고 나섰다. 정기룡이 탄 말은 용기가 뛰어나 오추마(烏騅馬)와 같았다. 정기룡은 조경(趙儆)[1541~1609]의 휘하에 들어가 늘 선봉으로 돌격하였다. 그런데 금산(金山)[현재의 김천시]에 이르렀을 때 조경이 왜군에게 사로잡혔다. 정기룡은 말을 달려 호통을 치며 적진으로 달려가 조경을 구한 뒤 옆구리에 끼고 나왔다. 정기룡은 쌍검을 휘두르며 한 명의 적도 놓치지 않았다. 정기룡이 탄 말도 깊은 구덩이를 뛰어오르고, 절벽을 달려 오르는 것이 마치 돌풍과 같아서 적이 정기룡을 향하여 조총을 쏘아도 끝내 맞힐 수가 없었다. 하루는 정기룡이 자던 중에 적의 대군이 겹겹이 에워싸서, 말을 두고 도망쳐 산에 올랐다. 산 위에서 길게 휘파람을 부니 말이 듣고 도망쳐 나왔다. 왜군이 정기룡의 말을 사랑하여 잡아 두려 하였으나 말이 갑자기 고삐를 끊고 정기룡이 있는 곳으로 언덕과 절벽을 한달음에 뛰어왔다. 이후 정기룡은 큰 공을 이루었고, 벼슬이 경상우도병마절도사(慶尙右道兵馬節度使)에 이르렀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정기룡과 적렵마」의 주요 모티프는 ‘정기룡 장군’, ‘명마를 알아보는 재치’ 등이다. 「정기룡과 적렵마」임진왜란(壬辰倭亂) 때 큰 공을 세운 정기룡의 인물됨을 설명하고 있는 인물담이다. 또한 정기룡이 혼인과 함께 명마인 적렵마를 얻게 된 유래를 설명하는 유래담이다. 정기룡이 명마를 얻은 것은 명마를 알아볼 줄 아는 현명한 아내 덕분이었다. 「정기룡과 적렵마」에서 적렵마는 정기룡의 아내의 뛰어난 재치를 나타내 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적렵마는 쉽게 길들이기 힘든 말이지만, 이야기 속에서 정기룡에 의하여 손쉽게 길들여지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정기룡의 비범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여성의 지혜를 확인하는 척도로 명마를 얻는 이야기는 「정기룡과 적렵마」 외에도 「바보 온달」이 있다. 온달의 아내인 평강공주가 비루한 말의 정체를 꿰뚫어 보고, 온달에게 명마를 얻게 하여 주는 내용이 「정기룡과 적렵마」와 흡사하다. 또한 「정기룡과 적렵마」에서 정기룡의 아내 권씨가 친정에서 나올 때 받은 돈으로 쇠붙이를 한가득 사는 것도 「바보 온달」에서 평강공주가 궁을 나올 때 양팔에 금팔찌를 한가득 끼고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정기룡의 아내가 가지고 온 쇠붙이는 나중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병기의 재료가 되었으며, 평강공주가 지니고 온 재물 또한 온달에게 요긴하게 사용된다. 「정기룡과 적렵마」를 통하여 정기룡의 아내 권씨가 평강공주처럼 미래를 볼 줄 아는 혜안을 지닌 인물임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상주 지역에 전승되는 「정기룡과 적렵마」가 「바보 온달」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정기룡과 적렵마」처럼 정기룡이 말을 얻는 이야기는 상주 지역에 전승되는 다른 설화인 「죽은 아기장수와 용마 얻은 정기룡 장군」, 「경천대와 용마」에서도 나타난다. 아기장수의 비극적인 죽음과 동시에 경천대(擎天臺) 강변에 출현한 용마를 정기룡이 차지하는 내용이다. 구국의 영웅인 정기룡이 용마, 적렵마와 같은 뛰어난 말을 얻어 활약함으로써 임진왜란을 극복하길 바라는 상주 지역민들의 소망이 반영된 이야기들이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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