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91014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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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南遊詩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경상북도 상주시 |
시대 | 고려/고려 후기 |
집필자 | 정목주 |
[정의]
고려 후기 문인 이규보가 경기도 여주와 경상북도 상주를 여행하며 지은 한시.
[개설]
「남유시(南遊詩)」는 고려 시대의 문인 이규보(李奎報)[1168~1241]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6권에 수록된 한시이다. 29세 때인 1196년(명종 26) 5월에서 10월 사이에 황려(黃驪)[경기도 여주의 옛 이름]와 상주(尙州)를 왕래하면서 지은 92수의 기행시이다. 『동국이상국집』 연보의 1196년 기사를 보면, “4월에 개경에 난이 일어나서 자형(姊兄)이 황려(黃驪)로 귀양 갔는데, 5월에 공이 누이를 데리고 자형을 찾아갔다가, 6월에 상주로 가서 어머니에게 문안하고 한열병(寒熱病)에 걸렸는데 몇 달 동안 낫지 않아 10월에야 돌아왔다. 시집(詩集)에 실려 있는 남유시(南遊詩) 90여 편이 모두 이때 황려와 상주에 있으면서 지은 것이다”라고 쓰여 있다.
[구성]
「남유시」는 이규보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 6권에 수록되어 있다. 총 92수 중 51수가 상주로 들어와서 남긴 시로서 경상북도 상주에 관련된 시가 절반이 넘는다.
[내용]
「남유시」 중 낙동강(洛東江)을 지나며 그 풍광을 보고 읊은 「낙동강을 지나다」라는 시 한 수를 소개한다.
백전청산리(百轉靑山裏)[백 겹으로 두른 푸른 산속에]
한행과낙강(閑行過洛東)[한가로이 낙동강을 지나네]
초심유유로(草深猶有路)[풀은 우거졌어도 오히려 길이 있고]
송정바무풍(松靜自無風)[소나무가 고요하니 저절로 바람이 없네]
추수압두록(秋水鴨頭綠)[가을 물은 오리 머리처럼 푸르고]
효하성혈홍(曉霞猩血紅)[새벽 놀은 성성이 피처럼 붉도다]
수지권유객(誰知倦遊客)[누가 알랴, 게으르게 노니는 손이]
사해일시옹(四海一詩翁)[사해에 시 짓는 한 늙은이인 줄을]
[특징]
「남유시」를 통하여 보면 이규보는 상주에 1196년 6월 14일에서 9월 15일까지 3개월 정도 머문다. 이규보가 상주에 도착하자마자 한열병에 걸려 8월 초쯤에 회복되어 상주 이곳저곳을 다녔기 때문에 실제 상주에서 머문 시간은 45일 정도이다. 「남유시」에 형상화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규보가 상주에서 다닌 곳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봉두사(鳳頭寺), 화개사(花開寺)[한열병 치료], 용담사(龍潭寺), 견탄(犬灘), 원흥사(元興寺), 영산부곡(靈山部曲), 낙강(洛江)[낙동강], 용암사(龍巖寺), 대곡사(大谷寺), 용궁(龍宮), 장안사(長安寺), 하풍강(河豊江), 협촌(脇村), 동방사(東方寺), 자복사(資福寺), 봉두사(鳳頭寺), 신흥사(新興寺) 등 모두 15곳 정도를 찾아다니고 10여 명의 인물들을 만난다. 「남유시」에는 만나는 인물(人物)과 물상(物像)에 대한 소회, 가족과 집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개경으로 돌아갔을 때 벼슬길에 대한 바람 등이 드러난다.
「남유시」는 ‘출발, 노정, 목적지, 귀로라는 여행’의 단계에 입각하여 창작된 기행시의 성격을 지녔다. 또 다른 「남유시」의 특징은 은현(隱顯)의 양면성을 지녀 현실 일탈 의지와 현실 지향 의지가 공존하여 나타난다는 점이다. 현실이 혼탁하고 부정하여 현실 일탈 의지를 내보이지만, 어디까지나 현실에 대한 좌절에서 오는 아픔이나 불만 때문이다. 현실을 떠나서 삶을 영위할 수 없음을 잘 알고, 결국 적극적으로 현실에 참여할 것을 염원하게 된다.
[의의와 평가]
이규보가 남쪽으로 내려와서 상주에 머물 때 남긴 시편이 바로 「남유시」이다. 이규보가 상주에 머물 때 낙동강을 중심으로 시회를 자주 열어 관련된 여러 시를 남겼는데, 이로부터 시발점이 되어 낙강시회(洛江詩會)의 전통이 면면히 이어지게 되었다. 1196년(명종 26) 9월 2일 서기(書記) 최정빈(崔正份)이 이규보를 위하여 공관에서 주연을 베풀 때 쓴 시 「서기개연공사견요취중(書記開筵公舍見邀醉贈)」에서는 당나라 시인 심전기(沈佺期)[656~714]와 송지문(宋之問)[656~710]을 언급하며 상주가 문향(文鄕)임을 드러냈다. 「남유시」 중 「과용담사(過龍潭寺)」, 「견탄(犬灘)」, 「우용암사(寓龍巖寺)」, 「하풍강범주(河豊江泛舟)」, 「발상주(發尙州)」 등의 작품은 우리나라 역대 시문(詩文) 선집(選集)인 『동문선(東文選)』에 실려 상주를 널리 알리는 데 일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