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91014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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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경상북도 상주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정목주 |
[정의]
1980년에 경상북도 상주 출신의 시인 이성복이 펴낸 시집.
[개설]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는 1980년 10월 30일 경상북도 상주시 출신의 시인 이성복(李晟馥)[1952~]이 지은 시들을 엮어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낸 시집이다. 「그날」, 「어떤 싸움의 기록」, 「모래내」 등의 시가 실려 있다. 1982년 제2회 김수영문학상(金洙暎文學賞)을 수상하였다.
[구성]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에는 총 43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시집 맨 앞에는 작가의 자서(自序)가 있고, 끝부분에는 「행복 없이 사는 훈련-이성복의 시 세계」라는 제목의 황동규(黃東奎)[1938~]의 해설이 붙어 있다.
[내용]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시의 속도감을 잘 보여 주는 「그날」이라는 시이다.
그날 아버지는 일곱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여동생은 아홉시에 학교로 갔다 그날 어머니의 낡은/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 종일/노닥거렸다 전방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없었다 그날 역전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몇 년 후에 창녀가 될 애들은 집일을 도우거나 어린/동생을 돌보았다 그날 아버지는 미수금 회수 관계로/사장과 다투었고 여동생은 애인과 함께 음악회에 갔다/그날 퇴근길에 나는 부츠 신은 멋진 여자를 보았고/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오르는 것은 다 새가/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점 치는 노인과 변통의/다정함을 그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죽었고 그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특징]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는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 사변적인 요소는 극도로 줄이고 자유로운 연상(聯想)과 연상을 따르는 의식이 시의 주조(主調)를 이룬다는 점이다. 연상은 파편적이지 않고 심리적으로 긴밀한 연결의 고리를 가지고 이미지와 연결되어 전개된다. 언뜻 무질서하게 보이는 시어들도 심리적 인과 관계를 획득하고 있다.
둘째, 무엇보다 도드라진 특징은 시의 속도감이다. 화자가 움직이며 관찰하는 세계가 매우 속도감 있게 그려진다.
셋째, 우상을 파괴한다는 점이다. 시 곳곳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우상, 즉 연애·가족·조국 등은 희화되고 파괴된다. 다만 우상의 파괴가 난폭하고 적나라하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넷째, 시의 색채가 흑백 영화를 보는 듯하다. 환상적인 색채보다 화면을 일종의 흑백 영화로 만들어 현실과의 예술적 거리를 만든다. 그래서 흰색과 검은색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다섯째, 시 전반에 일종의 상처가 투영되어 있다. 작가의 뇌리에 박혀 있는 우리 삶의 한 구조라 할 수 있다. 쉽게 이해되고 치유될 수 있는 상처가 아니다. 그럼에도 상처를 드러내 보임으로써 일종의 자유, 혹은 해방감을 맛보게 한다.
여섯째, 불규칙한 배열의 시행, 역설과 반어 등을 거침없이 구사하고 있다.
[의의와 평가]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에 수록된 시들은 개인적인 삶을 통하여 얻은 고통스러운 진단을 보편적인 삶의 양상으로 확대함으로써 보편적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