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91012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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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歲時風俗 |
영어공식명칭 | Seasonal Customs |
이칭/별칭 | 세사,월령,시령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경상북도 상주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임기원 |
[정의]
경상북도 상주시에서 해마다 같은 시기에 주기적으로 되풀이하는 풍속.
[개설]
세시풍속(歲時風俗)은 한 해를 주기로 계절과 절기에 따라서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관습과 의례를 뜻한다. 세사(歲事)·월령(月令)·시령(時令)이라고도 한다. 세시풍속은 생업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농업 혹은 어업과 같은 생업은 자연의 순환 주기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내륙 지역인 경상북도 상주시의 세시풍속 역시 농업의 생업 주기와 관련하여 이루어져 오고 있다. 주로 음력에 따른 상주의 세시풍속에 대하여 알아보자.
[정월]
상주 지역에서 음력으로 한 해가 시작되는 첫날인 설날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큰 명절이며, 조상에 차례를 지내고 웃어른에게 문안 세배를 올리는 날이다. 세수(歲首), 연수(年首)라고도 한다. 행동거지를 바르게 하고 경거망동을 삼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신일(愼日)이라고도 한다. 상주 지역에서는 과거에는 설날에 떡국 제사를 지내는 가정이 많았지만 현재는 밥 제사를 주로 올리며 떡국은 설날에 먹는 별식으로 여긴다. 마을 청년들은 복조리를 만들어서 집마다 다니면서 팔고, 각 가정에서는 묵은 복조리를 내리고 새 복조리를 벽에 걸어 둔다.
새해의 1일부터 12일까지는 정초 12지일이라 하여, 십이지의 짐승에 따른 풍속이 행하여지고 있다. 쥐·소·호랑이·토끼·말·양·원숭이·닭·개·돼지 등 털이 있는 짐승의 날인 유모일(有毛日)과 용·뱀처럼 털이 없는 무모일(無毛日)로 나뉘는데, 설날이 유모일이면 그해에 풍년이 들지만 유모일이면 흉년이 든다고 여긴다. 또한, 쥐날인 상자일(上子日)에는 쥐불을 놓고 쥐불의 크기에 따라서 풍흉을 점치기도 하며, 소날은 농사에 쓰이는 소를 위하여 주고, 용날에는 용알뜨기라 하여 우물물을 먼저 떠 오려고 하는 등 십이지의 짐승별로도 다양한 풍속이 행하여진다.
무엇보다도 농경사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세시인 정월대보름은 기풍·축원 세시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이날은 각 가정에서 재액을 쫓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을 기원하는 음식을 섭취한다. 정월대보름 새벽에 단단한 호두·잣·은행 등을 깨물면 이가 단단해지고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 하여 부럼깨기를 한다. 또한 집에서 청주를 담가 아침 일찍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한 해 동안 좋은 소식이 들린다는 의미의 귀밝이술을 마신다. 절식으로는 갖가지 묵은 나물을 데쳐서 오곡으로 지은 찰밥과 함께 먹는다. 밤에는 횃불을 들고 높은 곳에 올라가서 보름달에 올해의 소원을 비는 달맞이를 한다. 또한 공동체 단위의 관습으로는 대보름을 전후하여 각 동네마다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염원하는 동제를 지내거나 줄다리기를 한다.
[2월]
음력으로 2월 초하루부터 중순까지는 바람과 비를 관장하는 영등할머니가 내려온다고 하여 영등맞이를 한다. 영등할머니를 잘 모셔 돌려보내야 그해에 비가 잘 내리고 풍년이 들기 때문이다. 상주 지역에서는 영등할머니가 해마다 딸이나 며느리를 데리고 내려오는데, 딸을 데리고 오면 바람이 불고 며느리를 데리고 오면 비가 내린다고 여긴다. 농사를 시작할 시기에 비가 내려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영등날에 비가 내리기를 바란다. 각 가정에서는 영등할머니를 잘 모시려고 영등고사를 지내는데 정화수를 떠 놓고 떡을 장만하여 올린다.
2월 6일에는 좀생이별을 보고 한 해 농사를 점친다. 2월 9일은 ‘무방수날’이라 하는데, 무방수날에는 나무가 잘 자란다고 하여 산에서 나무를 캐 와서 집 안에 심기도 한다. 또한 이날 장을 담그면 맛이 좋다고 하여 장을 담그거나 가재도구를 정비하고 집을 수리한다.
보통 2월 중에 드는 경칩은 양력으로는 3월 5일 무렵인데, 이날은 개구리알을 먹는다.
[3월]
3월 3일인 삼짇날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이며, 상사일(上巳日)이라고도 한다. 이날 흰 나비를 보면 한 해 재수가 없고 노란 나비를 보면 좋은 일이 있다고 여긴다. 삼짇날을 비롯한 3월 중에는 화전놀이를 가기도 한다. 주로 중년 이상의 여성들이 가까운 산으로 꽃구경을 가서 진달래 등으로 화전을 부쳐서 먹는다. 현재는 화전놀이를 가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부녀회 단위로 단체 여행을 가는 경우가 있다.
[4월]
4월 8일은 초파일이다. 불교를 믿는 사람들은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린다. 사벌국면 원흥리에서는 주로 남장사와 북장사에 간다. 대개 하루 전날인 7일에 절에 가서 일을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 남장사에서는 탑돌이를 하고 상주 시내에 등을 들고 등촉 행사를 하기도 한다. 4월은 모심기 시절이므로 한 해 농사로 볼 때 상당히 중요한 시기이다. 그런데 이때는 과거에는 춘궁기에 해당하여 상주 지역에서는 소나무 껍질을 벗겨서 송기떡을 먹으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5월]
5월의 주요 세시는 단오이다. 이날은 양의 기운이 강한 날인데, 제액을 막고 몸의 활력을 돋우는 풍속들이 이루어진다. 단오에 창포물로 머리를 감으면 머릿결이 고와진다고 하여 여자들은 창포를 삶은 물에 머리를 감는다. 마을 청년들은 나무에 그네를 달아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네뛰기를 한다. 또한 쑥떡을 먹고 물맞이를 가기도 한다. 이날은 또한 만병이 낫는다고 하여 익모초 등 갖가지 약초를 캔다. 현재는 단오를 대신하여 마을이나 단체 단위의 야유회나 여행을 떠난다.
[6월]
6월 보름은 유두이다. 유두는 동류수두목욕(東流水頭沐浴)의 약자인데,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한다는 뜻이다. 상주 지역에서는 유두와 복날을 전후하여 용제(龍祭)를 지낸다. 용제는 비를 관장하는 용에게 벼가 익을 때까지 논이 가물지 않기를 염원하는 의례이다. 용제는 논머리에 떡과 술 등으로 간단하게 상을 차려서 지내는데, 주로 일꾼이 삿갓과 도롱이를 입고 행한다.
만산동 안너추리마을에서는 유둣날 밤에 용제를 지낸다. 안너추리마을은 천수답이 많아 과거부터 용제를 중요하게 여겼다. 안너추리 용제는 논에 수숫대를 세우고 수숫대 사이에 조를 끼워 놓고 시루떡을 올린 제사상으로 제사를 지낸다. 함창읍 오사리 오숫물에서는 중복에 용제를 올린다. 오숫물에서는 창호지를 붙인 작대기를 논머리에 꽂고 송편, 수박 등을 올려서 제를 지낸다. 용제를 지내고 나면 한 해 농사일이 끝났다 여기고, 음식을 나눠 먹는다.
또한, 음력 6월은 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시기이면서 농번기이기에 기력 보충을 위하여 복날에 보양식을 먹는다. 보양식으로는 삼계탕이나 개장국을 먹는다. 더위를 이기고 소화를 잘되게 하는 익모초 즙을 마시기도 한다.
[7월]
7월 7일인 칠석은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로 알려져 있다. 이날 상주 사람들은 주로 불공을 드리러 절에 간다. 자연물에 아이팔기[아이의 무병장수를 위하여 자연물이나 신을 수양부모로 삼는 의례]를 한 집에서는 해당 자연물에 가서 떡을 제물로 하여 아이의 무병장수를 염원하기도 한다.
7월 보름은 백중이다. 중원(中元)이라고도 하며 한 해 하반기의 시작이다. 경상북도 지역에서는 여름 세시풍속 중에서 바로 이 백중 무렵의 “풋구 먹는 날”을 중요시한다. 이날은 한 해 농사의 마무리를 짓는 단계인데, 그동안 농사일을 하느라 고생한 일꾼들을 잘 대접하여 주고 쉬어 가는 날이다. 한편, 백중은 불교에서는 우란분재(盂蘭盆齋) 혹은 망혼일(亡魂日)이라고 부르는 명절이기도 하다. 이날은 불교의 세계관에서 죽은 이의 고통을 달래는 날이다. 불교를 믿는 사람들은 불공을 드리러 절에 가기도 한다.
[8월]
8월 보름인 추석은 한가위라고도 부르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추석에는 각 집에서 새로 수확한 쌀과 과일 등으로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송편을 만들어 먹는다. 또한 조상의 산소에 벌초와 성묘를 간다. 생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여러 세시풍속의 형태와 의미가 변화하였지만 추석은 여전히 중요한 명절이다.
[9월]
8월 추석 때 차례를 지내지 못하면 9월 9일 중구절에 송편을 만들어 구일차례를 지낸다. 8월에 지낼 차례를 9월에 미루어 지내는 것이기 때문에 8월 추석 때 차례를 지내는 것과 똑같이 차례를 지낸다.
[10월]
10월은 상달이라 하여 조상의 묘에서 묘사(墓祀)를 지낸다. 바로 묘사를 지내는 시기이기 때문에 상주 지역의 각 문중은 10월에 종친회나 문중 회의를 개최한다. 용단지를 모시는 가정에서는 10월 중에 수확한 햇쌀을 갈아 넣는다. 묵은쌀은 가족끼리 밥을 지어 먹는다. 용단지는 보통 한 말들이 단지에 쌀을 넣어서 부엌에 모셔 두는데, 주부들이 안택고사를 지내거나 집 안에서 고사를 지낼 때 보통 이 용단지 앞에서 빈다.
[11월]
밤이 낮보다 긴 동지(冬至)는 아세(亞歲) 또는 작은설이라고도 한다. 양력으로는 12월 22일이나 23일 무렵이다. 동지에는 팥죽을 만들어 먹는데 먹는 사람의 나이만큼 새알을 빚어서 넣으면 장수한다고 여긴다. 팥죽을 끓이면서 대문간이나 문지방 등에 팥죽을 뿌려서 악한 기운과 잡귀를 막기도 한다.
[12월]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에는 일가친척이나 동네 어른을 찾아 문안 인사를 드리고 묵은세배를 올린다. 또한 이날은 잠들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는 속설이 있어서 잠을 자지 않기도 한다.
[윤달]
윤달은 음력 체계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교정하려고 덤으로 두는 달이다. 상주 지역에서는 윤달은 신이 없는 달이라 하여 어떤 일을 하여도 탈이 없기 때문에 묘를 이장하거나 수의를 짓는다. 윤달에 수의를 지으면 집안에 탈이 없고, 수의를 입을 사람도 오래 산다고 여긴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상주 지역의 세시풍속은 전통 사회의 주요 생업 활동인 농업과 밀접한 관련 속에서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전통적인 농업 사회에서 산업화·정보화 사회로 변화하면서 사람들의 생업과 삶의 방식이 다변화되었다. 또한 기성 종교의 확산, 음력에서 양력으로의 역법 전환, 가족 구조의 변화, 농촌 인구 감소 등 사회적·문화적인 변화도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추석, 설날과 같은 명절 등을 제외한 기존의 전통적인 세시풍속 중 상당수는 현재는 행하여지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은 날로 지나가기도 한다. 한편, 전통적인 농촌의 세시였던 화전놀이나 물맞이, 풋구 등은 단체 관광, 피서 여행 등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흔하여졌다. 이처럼 기존의 전통적인 세시풍속은 사회적·문화적인 변화에 따라 새로운 삶의 주기에 맞추어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