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9100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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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식명칭 | Life and Culture of People in the Mountainous Region of Sangju |
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경상북도 상주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정재영 |
[정의]
경상북도 상주의 산간 지역에서 형성된 생업, 신앙 등의 문화적 양상.
[개설]
경상북도 상주시는 영남과 충청의 경계를 이루는 경상북도 서북단에 자리 잡고 있으며, 백두대간에서 동쪽으로 낮아지는 동저서고(東低西高)의 지형을 보인다. 상주시의 서쪽·남쪽·북쪽은 속리산 천왕봉, 문장대 등 기암괴석의 비경이 어우러진 높은 산악지대이며, 동쪽은 낙동강 유역을 따라 발달한 기름진 평야가 펼쳐져 있어 곡창지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전체적으로 상주의 지형은 동북부에서 남부로 이어진 선을 경계로 하여 서쪽에 높은 산지가 많고 동쪽에 낮은 들판이 넓게 나타나, 크게는 동부 저지, 백두대간 동쪽의 서북부 산지, 백두대간 서쪽의 서남부 분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이처럼 산간 지역이 넓게 펼쳐져 있는 상주의 지리적 여건은 자연환경에 적응하여 온 지역민의 삶 속에서 특징적 문화를 형성하였다.
[산간 지역의 농업, ‘다락논’ 농업]
상주는 농가 수와 농업 인구, 농지 면적 모두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며, 최근 들어서는 친환경 농업도시로 성장하는 그야말로 농업의 고장이다. 이처럼 상주가 농업으로 유명해질 수 있었던 까닭은 농사를 짓기에 좋은 환경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다. 상주는 낙동강이 감싸 안고 너른 평야와 산간 지대가 고르게 분포하며 땅이 비옥하고 적당한 강우량, 여름철의 높은 기온, 풍부한 일조량 등 기후까지 농사를 짓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농업에 무엇보다 중요한 물을 가까운 낙동강에서 확보할 수 있다.
그리하여 상주 지역에서는 일찍이 농경과 목축이 발달하였고, 그만큼 상주 농업의 역사도 유구하다. 구석기 이래 상주 땅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여 초기 국가 시대부터는 벼농사 등이 본격화되었으며 농경문화가 찬란하게 꽃을 피웠다. 특히 조선 시대에는 ‘삼백(三白)의 고장’이라는 명성을 얻었는데, 여기서 삼백이란 원래 쌀, 목화, 누에고치를 뜻한다. 현재는 목화 대신에 곶감을 삼백의 하나라고 말한다.
현재 상주를 대표하는 특산물로는 쌀, 곶감, 포도, 배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상주 지역의 쌀은 옛날부터 진상미로 임금의 수라상에 오를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다. 상주 벼농사는 경상도 농업의 중심이자 뿌리라고 말할 수 있다. 진상미로 인정받은 쌀은 비옥한 상주 지역의 평야 지대에서 자라난 것이지만, 상주의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산간 지역에서도 척박한 토지를 개척하여 벼농사를 지어 왔다. 대표적 형태가 이른바 다락논이라고 불리는 다랑이논 농업이다. 다락논, 즉 다랑이논은 다랑논, 다랭이논으로도 불린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계단식 논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비탈진 경사지를 개간하여 계단식으로 조성한 농지를 말한다. 한 톨의 쌀이라도 더 생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는 다락논은 산골과 좁은 땅 구석구석에 아름다운 한국적 미를 담은 곡선이 계단식 층을 이루며 프랙털 구조로 전개되어 있다.
한편으로 미학적 측면에서, 다락논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한국적 선의 특징은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자연미이다. 자연적 지형에 의지하여 조성된 논배미, 그 경계를 따라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논둑길, 어느 것 하나 주변 경관과 거스르는 일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조화로운 형상들이다. 이렇듯 다락논은 상주의 지역민들이 산간 지역에서 벼농사를 짓고자 산비탈을 깎고 깎아서 만든 삶의 의지와 자연의 형상이 조화를 이루어 형성된 것이다.
[상주 용포 다락논]
상주의 안산으로 꼽히는 낙동면의 갑장산 자락에는 다락논이 낙동면의 용포리, 비룡리, 수정리, 신오리 등의 마을에 펼쳐져 있다. 낙동면은 상주시의 동쪽에 있는 면인데, 북동쪽으로는 낙동강을 경계로 경상북도 의성군, 남쪽으로는 경상북도 구미시 동성동과 접한다. 동쪽과 서쪽은 갑장산·삼봉산·복우산 등의 산지가 있고, 양쪽 산지 중간에서 장천이 북쪽으로 흘러 낙동강에 합류한다. 이 지역은 경지율 26%에 경지 면적 2369㏊이고, 농산물은 쌀·보리가 주종을 이룬다. 이 밖에 특용작물로 깨가 주로 재배되고, 사과와 배가 산출되며, 누에고치와 무 등도 많이 나는 곳이다.
갑장산 자락을 타고 내리는 낙동면의 용포 다락논은 상주 지역의 대표적인 다랑논이다. 지금은 정겹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관광객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절경으로 유명하지만, 다락논은 경사진 산비탈을 힘들게 개간하여 만든 계단식 논으로서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에만 의존하는 천수답(天水畓)이다. 그래서 지역민들은 무논[물댄논, 수답(水畓)]이라고도 부른다. 용포 다락논에는 깊은 골짜기로 파고들어 삶의 터전을 일구었던 옛 사람들의 인생 곡절이 담겨 있다. 백두대간 소백산맥의 험한 지형에서 척박한 환경에도 오랫동안 끈질기게 삶을 이어 온 모습들이 빚어낸 경관이다. 논과 논의 경계가 비뚤비뚤 자연스럽고 계단처럼 층층이 이어진 다락논은 논에 물을 대는 봄철부터 추수가 끝나는 가을철, 겨울철까지 태양의 각도와 보는 위치에 따라 형형색색으로 변하며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쌀의 생산 효율성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평지 논에 비해 기계 투입도 어렵고 가용 면적도 좁아 대규모 농사가 어려운 다랑이논의 쌀 수확량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락논은 쌀 생산 이외에도 몇 가지 측면의 공익적 기능을 갖고 있다. 첫째, 다락논은 빗물을 저장함으로써 작은 댐처럼 홍수 조절 기능을 갖추고 있다. 둘째, 다락논은 계단식으로 논이 구성되어 있어서 빗물의 흐름을 완화시켜 토양 침식을 억제하는 기능도 있다. 셋째, 경작이 이뤄지는 다락논은 토사 붕괴를 방지한다. 넷째, 각종 곤충, 미생물 등이 서식하는 공간으로서 생태적으로도 중요하다. 다섯째, 여름철 논의 물이 증발하면서 기화열에 의하여 주변을 냉각시켜 온도를 낮추는 등 대기 오염 방지, 기후 변화 완화 기능도 가진다. 여섯째, 다락논의 아름다운 경관이 사람들에게 주는 심미적 효과도 크다. 하지만 폐경이든 휴경이든 경작이 이뤄지지 않는 다락논은 건조 현상으로 논에 균열이 생기고 균열 깊이도 점차 깊어진다. 이 균열에 눈 녹은 물이나 폭우 등이 파고들면 토사가 붕괴될 위험성이 증대한다. 이러한 양상은 다락논은 단순히 ‘경관’으로 존재하는 걸 넘어 다락논에서 ‘농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다락논의 공익적 기능을 온전히 다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다락논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용포 다락논’은 밭과 논이 산자락을 따라 빼곡히 조성되어 있다. ‘다락논 녹색길’을 따라 논 사이를 걸어 갑장산[806m] 기슭에 세워진 ‘갑장루 전망대’에 오르면 상주의 용포 지역 다랑이논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 수정리, 비룡리, 승곡리, 유곡리, 신오리, 상촌리 등의 다락논에도 곡선을 따라 벼농사를 짓고 있다. “비탈을 오르내리는 다락논 농사가 평지보다 몇 배 힘들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자식들을 모두 잘 키웠다”며 “어렵지만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조상에게 물려받은 땅을 지킨다는 보람에 힘들지 않다”라고 말하는 한 주민의 말은 우리에게 또 다른 울림을 준다. 수려한 경관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는 갑장산 자락의 용포 다락논을 우수한 생태 자원으로 보호하는 한편, 지역의 특성이 담긴 스토리와 테마가 있는 생태 관광지를 조성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의 마련이 필요하다.
[산간 지역의 민속신앙]
산간 지역의 자연지리적 환경은 특징적인 민속신앙의 양상을 형성하는 배경이 된다. 험준한 환경을 삶의 무대로 살아가는 이들이 민속신앙에 쏟는 관심과 정성은 지극하다. 산간 지역 민속신앙의 대표적 형태가 지극한 성의를 산신에게 올리는 산신제이다. 산신제는 일반적으로 마을 단위의 동제로 지내며, 산간 지역으로 모여든 지역민의 역사적 배경이 자연적 여건과 함께 산신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에 상주 지역 산신제의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화북면은 상주시를 대표하는 산간 지역 중 하나인지라, 지금까지도 산신제를 모시는 마을이 여럿 있다. 먼저 화북면 상오리에서 해마다 모시는 산신제인 상오2리 동제는 정월 열나흗날 자정에 산제당[산신당]에서 지내고 있는데, 처음에는 섣달그믐에 지내던 것을 설날과 날이 겹쳐지면서 조정하였다고 한다. 산신당은 시멘트 벽돌에 슬레이트 지붕의 형태이며, 방과 부엌이 있다. 과거에는 제관과 축관 두 명, 그리고 제물을 준비하는 이를 선정하고, 제사를 지내기 일주일 전부터 금기를 지킬 만큼 엄격하게 지냈지만, 현재는 금기나 제물 준비 과정도 간소화되었다.
용유리 병천마을 산신제는 청화산 바로 아래 화북면 용유리에 있는 우복동 병천마을에서 일 년에 두 번, 음력으로 정월과 오월에 지내는 산신제이다. 병천마을은 화전민들이 모여 살던 깊숙한 산골 마을이다. 마을에 있는 산신당에서 지내는 산신제에는 보통 마을 주민 30여 명이 참여하며, 나라와 지역 사회의 평안, 마을의 안녕, 농사의 풍년 등을 기원하는 제사를 모신다. 우복동 병천마을의 산신제가 시작한 시기는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조선 후기 영조 때 사도세자의 스승인 녹천 송명흡이 이 마을로 낙향하여 산신제를 처음 시작하였고 이후로 계속 해마다 두 번 제를 올린다고 한다. 농촌 인구의 고령화와 감소 현상은 병천마을도 예외가 아니어서 산신제의 전승이 순탄하지는 않으나, 마을 주민들의 노력과 관심으로 해마다 산신제를 지내고 있으며, 이에 마을 주민들도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화북면 장암리의 장암1리 동제는 해마다 정월과 7월 보름, 두 차례 지내는 산신제이다. 마을 주민들은 산신제를 ‘산제사’로 부르며, 큰 소나무와 산신당을 신격으로 모시고 있다. 이곳의 산신당 내에는 탱화 산신도가 있는데, 산신과 호랑이가 그려져 있다. 제관 1명과 보조 역할 2명을 정하면, 제삿날 3일 전부터 금기를 지켜야 한다. 산신제 전날, 마을 주민들이 함께 제당과 우물을 청소하고 금줄을 친다. 새벽 4시에 제를 올리는데, 집집마다 소지를 올리면서 평안과 풍요를 기원한다. 이후 아침이 되면 마을 회관에 주민들이 모여서 함께 음복을 한다.
상주시 화서면 하송리에도 독특한 산신제가 전하고 있다. 하송1리 동제는 하송리의 청계마을에서 매년 정월대보름에 마을 수호신으로 여겨지는 견훤왕에게 마을과 상주 지역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며 마을의 상주 견훤사당(尙州 甄萱祠堂)에서 올리는 산신제이다. 상주 출신인 견훤은 청계마을에서 북동쪽으로 20㎞가량 떨어진 곳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청계마을의 뒷산이 견훤산이고 견훤산에서 견훤이 군사를 양성하였다는 설화가 전하고 있어 견훤을 신격으로 여기는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제당인 상주 견훤사당은 경상북도 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물로서, 지역 민속신앙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구조는 비록 소박하지만 상량문의 연대[1843년]가 정확하여 늦어도 19세기 무렵부터 제사를 모시고 있음을 알려 주고 있다.
[상주의 산촌생태마을]
경상북도에서는 도시와 농촌이 구별되는 지역 개념으로서, 산림으로 둘러싸인 곳에 터전을 이루고 있는 마을이면서 자연을 그대로 살린 산림 생태 환경과 산촌 휴양 문화가 어우러진 마을을 선정하여 산촌생태마을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촌생태마을은 “산촌 지역의 풍부한 산림 등 휴양 자원을 활용한 소득원 개발과 생활환경 개선을 통하여 산촌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산촌을 산림 경영의 거점으로 육성함으로써 지역 간 균형 발전에 기여하고자 조성한 산촌 내 공간으로서, 건강한 휴양과 살아 있는 자연 학습의 장으로 힐링과 웰빙을 추구하는” 마을이다.
2023년 현재는 경상북도 내 35개의 마을이 선정되어 있는데, 상주시에는 은척면 남곡리, 내서면 노류리의 두 곳이 있다. 그중에서 노류리의 마을은 3개의 자연 마을로 이루어져 있는데, 해발 615m 백학산 아래에 있는 마을로 저수지가 있어 시원하고 청정한 마을이다. 마을 주민 전체가 곶감 농사를 짓고 포도, 누에 등 여러 가지 사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곶감, 포도, 누에, 꿀, 장아찌가 특산품이다. 6-8월에는 뽕잎장아찌 만들기 등의 계절별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관광객을 맞고 있다.